정부가 전국으로 번진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2년간 11만41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전세 대책'을 19일 내놓은 것이다. 물량전ㆍ속도전으로 전세난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실제 전세난을 겪는 수요층들이 원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거주 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의 바람과 달리, 정작 공급 물량 대다수가 다가구·다세대 등 비선호 주택이 차지해서다.
소득ㆍ자산 등 입주 상한선 없애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가장 고민한 지점은 주택 공급 속도와 물량이다. 속도가 느리거나 공급량이 부족하면 전세난을 해소할 수 없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전셋값은 2.6% 올라 5년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번 대책은 전세 실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요 억제보다는 단기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며 공공임대의 역할과 위상도 함께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순항하면 2022년까지 주택 공급량이 대책 전보다 전국적으로 7만5000가구, 수도권에선 5만7000가구가 순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단기간에 공급될 수 있는 물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가진 임대주택 공실이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임대주택 가운데 3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 3만9093가구가 전세형으로 전환, 공급된다. 올 연말 입주자를 모집해 내년 2월부터 입주에 들어간다. 정부는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 주택에는 임대주택 입주에 필요한 소득ㆍ자산 상한선도 없애기로 했다.
서울 6억까지 매입 상한가 올려
매입 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값도 전보다 후하게 쳐준다. 현재 공기업이 민간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살 때는 최고가가 3억 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앞으론 서울은 6억 원, 다른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각각 4억 원, 3억5000만 원으로 상한가가 올라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매입 단가가 6억 원으로 올랐기 때문에 상당히 질 좋은 주택들이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상가나 오피스 빌딩, 숙박시설 등 비주거용 건물 공실도 주거용으로 전환, 1만3000가구를 확보키로 했다. 이 가운데 1만1000가구는 공기업이 직접 매입해 용도 전환을 주도키로 했다. 단기 투숙객을 위한 소형 호텔 객실이 주거용으로 적합하냐는 논란에 국토부 측은 "숙박시설은 주로 도심 내 위치해 입지가 우수하고, 주거시설과 유사해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저소득층엔 우선 공급 물량 확대
이번 대책에는 임대주택 운영 방식 개편안도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 주택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힌 지 석 달 만이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소득 상한선을 4인 가구 기준 8분위(상위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 크기도 전용면적 기준 최대 85㎡까지 커진다. 임대 기간은 소득ㆍ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30년까지 보장한다. 정부는 이들 중형 임대주택을 2024년까지 3만3000가구, 2025년부터는 매년 2만 가구씩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중위소득 100% 이하 저소득층에는 우선 공급 물량을 현재 30%에서 60%로 확대하기로 했다. 임대료도 소득 연계형으로 개편된다. 중위소득 100% 이하 계층엔 임대료를 시세보다 35~65% 낮추되 중위소득 130~150% 계층엔 할인율을 10%만 적용한다. 중산층까지 임대주택 공급 대상이 확대되면 저소득층에 갈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