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 아닌 투표로 최종후보 선정
은행 “민·관 금융권 경험 많아
업계 대변·당국과 소통 적임자”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3일 종로구에 위치한 금융연수원에서 3차 회의를 열고 김 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장 단일 후보를 결정했다. 이날 회추위 위원들은 기존 추대 방식 대신 투표로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관피아, 정피아(정치+모피아) 논란을 의식한 탓이다.
회추위는 곧이어 열리는 회원사 이사회(회추위원과 동일) 의결 절차와 2~3일 뒤 회원사 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은행연합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KDB산업·IBK기업·SC제일·한국씨티·경남은행 등 10명의 은행장을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선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 정무위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 7명이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이 전 행장이 사퇴하면서 6인의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지난 2018년 4월부터 NH농협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공직에 입문했다는 점에서 '관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만큼 '관피아' 비판 여론으로부터 경쟁 후보들에 비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27회 동기다.
관료적 성향과 농협금융을 맡으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교감하는 동시에 업계의 이해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관료 출신을 선호했다.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이후 금융당국과 조율할 과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은행연합회장 자리가 관료출신 인사가 대거 유입되면서 관피아 논란을 재기하고 있다. 최근 손해보험협회장에는 관료 출신인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내정됐고,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서울보증보험의 차기 사장을 맡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를 두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도 않았다면서 관피아를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관피아 논란이 확산되면서 하마평에 올랐던 후보군들이 중도에 대거 이탈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직접 차기회장을 고사했다. 1순위 후보였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1차 회추위 직후 김태영 회장에게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과 13일에는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고사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역대 회장의 면면을 보면 관피아의 절대 우세다. 5대 이상철 회장(국민은행장), 8대 신동혁 회장(한미은행장), 12대 하영구 회장(씨티은행장)을 제외하면 전직 관료출신들이 압도적이다.
관료출신 회장이 많았던 이유는 규제ㆍ면허 사업인 은행업의 특성 탓이다. 힘쎈 관료출신이 회장이 맡아야 은행들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 관피아 논란이 커지면서 차기 협회장 선출에 난항을 겪었는데 김 회장은 관과 민간금융업계를 두루 경험한 만큼 경쟁 후보자들과 비교해 장점이 있었던것 같다"며 "현안이 산적한 금융권에 업계 의견을 대변하면서 금융당국에 어느정도 입김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