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일본 첫 R&D 센터 건립 계획…삼성·중국 견제 행보 본격화

입력 2021-02-0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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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일본서는 R&D, 미국서는 생산공장 추진
일본,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 산업 육성 나서
르네사스, 영국 다이얼로그 6.6조원에 인수도

▲TSMC가 일본에 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대만 신주에 있는 TSMC 본사. 신주/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는 형태로 일본에 처음 진출한다. 연구 거점을 통해 일본 현지 기업과 손잡고 삼성전자와 중국 반도체 회사 등 경쟁업체를 견제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TSMC가 200억 엔(약 2123억 원)을 투입해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R&D 거점을 세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일본 진출 계획을 의결, 이르면 이번 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TSMC 관계자는 “코멘트 할 수 없지만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의 일본 신설회사는 반도체 후공정 가운데 하나인 패키징 작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담당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기술력이 필요한 부문은 선공정이지만, 최근 들어 후공정도 중시되는 추세여서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기술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의 이러한 행보는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최대 라이벌인 우리나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최근 급부상 중인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TSMC는 본국인 대만에서 이미 일본 기업들과 활발하게 연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20억 달러를 투입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일본과 미국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한국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TSMC가 최첨단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장치 및 소재 업체가 모여있는 일본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풀이했다.

일본도 민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 전쟁과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심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때 세계 반도체 1위였던 과거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를 전략 분야로 지정해 TSMC와 일본 기업의 연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SMC의 일본 첫 R&D 센터 유치에도 경제산업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와세다대학의 아오야마 루미 교수는 “반도체 부족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을 발표하는 와중에 경제산업성의 끈질긴 협상으로 세계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TSMC를 유치한 것은 확실히 일본에 큰 희소식”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정권하에서도 미·중 관계 긴장이 계속되면 첨단 반도체 개발을 놓고 일본과 대만의 연계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인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전날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를 49억 유로(약 6조 6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다이얼로그는 차세대 이동통신 5G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르네사스는 이번 인수로 사업 영역을 더 확장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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