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1기 신도시(분당ㆍ일산ㆍ평촌ㆍ산본ㆍ중동) 정비를 위해서 정비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허윤경 한국건설사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내놓은 '수도권 1기 신도시 현황과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에서 "1기 신도시는 계획에 따라 도시 성장을 이루면서 도시 개발의 대명사가 됐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5개 신도시 모두에서 사회적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1기 신도시 노후화 대비 및 정비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 노후화 대응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의 방향성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에선 1991년 첫 입주를 시작한 분당을 시작으로 줄줄이 노후주택 기준인 준공 30년 차를 맞는다. 2026년이 되면 연식이 30년 넘는 노후 아파트가 1기 신도시에서 28만 가구 가까이 늘어난다.
도시가 낡아가면서 정비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은 170~226%로 2000년대 건설된 2기 신도시(159~200%)보다 높다. 기존 용적률이 높으면 추가로 아파트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적어 정비사업 사업성이 떨어진다. 단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주택 노후화가 이뤄지면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같은 산발적 정비사업으론 도시 활력을 되살릴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도 있다.
허 연구위원은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 단지가 등장하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등 막연한 시장 기대와 국지적 시장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단지별 정비가 도입되게 되면 도시 차원의 정비 계획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도시 단위의 재정비하에서 순환식 개발 방식 등이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재편 방향에 관해선 "자족 기능 미약, 지역경제 성장의 정체 등을 고려하면 단지 중심의 리모델링이나 재건축과 같은 기존의 정비 방안이 아니라 스마트시티로의 도약과 같은 큰 틀의 도시 공간 재편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 대체 수요가 많은 분당, 중장년층 인구 유입이 많은 일산ㆍ중동, 공공용지 비중이 큰 산본, 외지 통근자가 많은 평촌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도시 재편 방안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연구위원은 "개발 당시와 달리 현재의 1기 신도시 지역은 저밀 계획이 필요한 외곽지로 분류하기 어렵다"며 고밀 개발 필요성도 시사했다. 현행 용적률 체계에선 도시 정비에 드는 주민 주민과 지방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개발밀도 조정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분을 인프라 성능 향상을 위한 재원으로 확보하고 일부는 주민 부담금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