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가 상권 결정 안 해, 내 아이템과 수요 맞아떨어져야
"올해 상권 전망이요? 구성된 업종과 업태가 상권과 궁합이 맞으면 살아남고 아니면 도태될 겁니다."
빅데이터로 10년간 상권분석을 연구한 주시태 나이스 상권분석서비스 팀장의 입에서 '궁합'이라는 말이 나왔다. 주 팀장은 "다양한 상권 데이터를 검토할수록 상권의 규모보다는 적합도가 중요하다"면서 "아직도 규모가 크면 좋은 상권인 줄 알고 창업을 준비하거나, 그 상권 안에 있다고 해서 아무 마케팅 활동도 안 하는 점포는 아주 빠르게 퇴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팀장은 상권을 분석하는 데 능숙하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 본부에서부터 소상공인의 점포 창업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형상업시설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평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성화 전략수립, 축제 기간의 영향효과 분석 같은 공공기관 업무도 수행했다. 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수협 등 금융기관 상권분석시스템도 그의 작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상권분석의 목적이 대부분 창업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있었습니다. 투자금 대비 수익성이 나올 수 있을지 체크하기 위해 주변 동종업종의 매출이나 배후 잠재고객의 규모를 파악해서 매출액을 추정하는 게 목적이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창업 수요가 줄고 운영하는 매장의 매출도 떨어지다 보니 창업 목적보다는 마케팅 목적으로 상권분석을 이용합니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된 것이죠."
이처럼 상권분석의 목표가 '점포 창업'에서 '마케팅 전략수립' 용도로 바뀌게 되면서 상권분석을 활용한 성공사례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매출액을 잘 맞추면 성공모델로 꼽혔지만 이제는 매출액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좋은 모델이 된다.
주 팀장은 "이제는 예상 월매출액이 1500만 원 나온다고 해서 이대로 끝이 아니다. 1500만 원을 2000만 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하는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목표 고객을 설정하고 고객에 맞춰 서비스와 메뉴를 개발하고 가격을 높이거나 낮춰보면서 적정 가격대를 찾고 매장을 노출하는 홍보방법을 고민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상권분석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제조사가 신제품을 낼 때, 그 제품의 종류부터 맛이나 품질, 설정된 가격대 같은 것을 보면 그 안에 치열하게 상권을 분석한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주 팀장은 빅데이터 시대, 다양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상권, 업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원가와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이야기까지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관이나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모르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가지고 옵니다. 그런 데이터를 분석해서 뭔가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는 게 제 일이죠."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상권이 어려운 시대에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 팀장은 "상권분석 전문가 김영갑 교수가 '예전에는 좋은 상권(돈을 잘 벌 수 있는 상권)과 나쁜 상권(돈을 못 버는 상권)이 있었고, 좋은 상권은 주로 유동인구가 많고 대로변에 있는 큰 상권을 뜻했다면 이제는 내가 준비한 아이템이 지역상권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면 그게 좋은 상권이 된다'고 했다"면서 "이처럼 데이터를 활용해서 적합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어디서 창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