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통과, 올핸 어렵다"…재건축 추진 단지들 '속도 조절'

입력 2021-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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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추진 단지들 줄줄이 사업 일정 미뤄
"2차 정밀안전진단 통과, 올핸 어렵다" 판단
내년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정부의 규제 완화 이전에는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해 내년 대선 이후로 사업 일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2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연내 추진하려던 적정성 검토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인근 재건축 단지인 태릉우성아파트가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영향이다. 1985년 지어진 태릉우성은 1차 안전진단에서 48.98점으로 D등급을 받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 60.07점으로 C등급을 받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A~E등급으로 나뉘는데, D등급(조건부 재건축)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차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친다. 여기서 D등급이나 E등급이 나와야 재건축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6·17대책 이후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한 데 있다. 6·17대책 이후 강화된 안전진단 규제를 통과한 곳은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아파트가 유일하다.

상계··고덕·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들 '적정성 검토'서 고배

올해 적정성 검토를 탈락한 재건축 단지는 태릉우성아파트뿐이 아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11단지와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도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들 단지의 적정성 검토 탈락은 인근 재건축 추진 단지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근 단지들은 내년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책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지난달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고덕주공9단지 모습. (출처=네이버부동산)

목동신시가지 대장주로 꼽히는 목동7단지 한 주민은 "요즘 상황을 보니 대놓고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거다. 지금 기준대로 하면 목동 내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할 단지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내년 대선 이후 새 정부나 들어서야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목동에선 6단지만 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해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목동6단지는 안전진단 규제 강화 이전에 재건축을 추진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목동9단지, 올해 3월 목동11단지가 잇따라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이에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다른 목동신시가지 단지들도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당장 적정성 검토를 추진해도 목동 9·11단지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노형욱 "시장 안정돼야 안전진단 규제 완화 논의 가능"

주민들은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안정이 기반이 돼야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시장이) 안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을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병석 원장도 최근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 결과가 적정한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준이 변하지 않는 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강화된 후 이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재건축 사업 활성화로 인한 집값 급등 가능성을 규제 강화라는 수단으로 막을 생각이지만, 안전진단 강화가 오히려 주택 공급을 더디게 해 시장 불안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며 "재건축 규제를 풀어 도심 공급을 늘리는 게 집값 안정을 위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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