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강남 불패’ 신화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선 신고가 거래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매맷값이 3.3㎡(평)당 1억 원을 넘어서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강남을 타깃으로 한 각종 부동산 규제와 정부의 잇따른 집값 고점 경고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 전용면적 84㎡형은 이달 3일 27억 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2월 25억 원의 종전 최고가에서 8개월 새 2억 원 오른 것이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 전용 84.9㎡형도 지난달 19일 22억4000만 원에 신고가로 팔리며 직전 거래인 4월 20일 20억6500만 원보다 1억7500만 원 올랐다.
이를 반영하듯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시세 통계를 보면 이달 9일 기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모두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초구는 0.20%→0.22%, 강남구 0.18%→0.23%, 송파구 0.22%→0.24%, 강동구 0.14%→0.16%로 상승폭이 커졌다. 재건축 기대감 상승과 함께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주택 수요 증가 등이 겹친 까닭으로 보인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거래가격이 3.3㎡당 1억 원을 넘은 단지도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3.3㎡당 1억 원 이상으로 거래된 아파트는 총 568건으로, 지난해 전체(804건)의 70%에 달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형은 지난달 17일 36억 원에 팔렸다. 인근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112㎡형도 최근 48억8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로 신축 등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강남 불패 신화는 더욱 견고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쏟아낸 각종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리는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 일변도 정책과 집값 고점 경고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을 늘리거나, ‘세금 폭탄’ 제거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도록 해야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