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속 웃음으로 포장된 '무례함’…'나 혼자 산다' 기안84 몰카 논란

입력 2021-08-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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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MBC '나 혼자 산다' 논란
출연진 기안84 배려 않는 몰래카메라로 비판
몰래카메라 비판은 오래전부터
배려 없는 몰래카메라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

▲지난주 MBC '나 혼자 산다' 방영분. 멤버들이 오지 않는 다는 소식을 듣고 서운해 하는 기안84 (뉴시스)

MBC의 ‘나 혼자 산다’가 출연진을 배려하지 않은 몰래카메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나혼산)’ 408회에서는 기안84가 10년간 연재한 웹툰을 완결한 기념으로 나혼산 출연진들과 단체 여행을 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기안84는 고향인 경기 여주시로 단체 여행을 준비하며 장기자랑, 단체 티셔츠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직접 준비했다고 밝혔다. 기안84는 자신의 웹툰 완결은 물론, 새 멤버로 합류한 샤이니 키와 전현무의 복귀 등을 축하하는 단합대회로 우정을 쌓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현무를 제외한 그 누구도 합류하지 않았다. 여주에 도착한 기안84에게 전현무는 “다른 멤버들은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기안84는 “오늘 나 축하해준다고 오는 것 아니었냐”며 “그러면 애초부터 둘이 간다고 하지 그랬냐”고 서운해했다. 박나래 등 이 장면을 지켜보던 출연진들은 “원래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가지 못했다”며 해명했다.

방송이 나간 뒤 기안84를 속이는 과정이 다수가 사람 한 명을 따돌리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기안84가 평소 지갑에 공황장애 약을 가지고 다니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는 점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기안84의 몰래카메라 논란에 나혼산 제작진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몰래카메라,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난 2016년 자신의 SNS를 통해 몰래카메라를 강하게 비판한 배우 김수로 (연합뉴스)

1991년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일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몰래카메라를 예능 형식으로 도입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05년 MBC ‘이경규의 슈퍼 몰래카메라’가 부활하고, 2008년 KBS ‘1박 2일’에서도 제작진인 유호진 PD의 몰래카메라가 큰 웃음을 주는 등 몰래카메라는 예능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몰래카메라’를 불법 촬영 등 범죄에 쓰는 경우가 많아지며 몰래카메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졌다. 단지 웃음을 위해 몰래카메라 피해자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등 출연자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는 예능에도 영향을 미쳐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방송이 한때 거의 사라지기도 했다. MBC에서 2016년부터 방송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몰래카메라를 주요 소재로 삼았지만 고작 5개월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기도 했다.

출연진들이 몰래카메라를 비판하기도 했다. 배우 김수로는 2016년 자신의 SNS를 통해 몰래카메라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당시 “아무리 방송 몰카지만 상황 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라며 “해외에서 일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짓 하는 건 너무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려 없는 몰래카메라,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

▲MBC가 운영하는 예능용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지난주 '나 혼자 산다' 방송 영상에 달린 댓글 (유튜브 채널(MBCentertainment) 댓글 캡처)

몰래카메라는 여전히 여러 매체에서 쓰이는 예능 기획 방식이다.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도 몰래카메라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기획에 따라 몰래카메라 당사자에게 더 큰 재미와 기쁨을 주는 극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수가 한 사람의 동의 없이 특정한 상황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이번 나혼산 논란과 같은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다수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출연자의 입장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경우가 아니라면 몰래카메라는 논란의 여지를 품은 폭탄과 같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기안84 논란이) 포맷도 문제일 수 있다. 이미 오래된 포맷인 데다 장난이라고 보더라도 아무런 의미도 없고 출연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제작진이 일종의 ‘소통 감수성’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된다”라며 “이러한 방식의 몰래카메라 포맷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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