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며 '다주택자 옥죄기'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이런 규제 정책이 서민들을 더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0일 다주택자와 법인을 겨냥해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 24만 건 거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억 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세제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주택자와 법인이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이 없는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노려 사들이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의 지난해 7·10 대책 발표 후 올해 8월까지(계약일 기준)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는 총 26만555건 거래됐다. 직전 14개월간인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억 원 미만 아파트 매매 건수가 16만8130건이었는데, 7·10 대책 발표 후 55%가량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발표한 7·10 대책에서 보유 주택 수에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렸지만, 공시가 1억 원 미만 주택은 보유한 수에 상관없이 기본 취득세율 1.1%만 적용한 것이 문제였다. 규제지역이 아니라면 양도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결국 다주택자들의 '꼼수 매매'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실수요자에게 넘어갔다. 정부가 1억 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게 되면 결국 실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현재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1억 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취득세 강화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시에 거주 중인 A(30) 씨는 "갈수록 각종 세금만 늘어가다 보니 서민들은 세금 내는데 헉헉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실거주하는 서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려다가 오히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만 막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중과 등 세제 강화보다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위법 여부에 따라 처벌을 강화하는 상시 감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