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가 물적분할을 발표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들과 마찰을 빚어내고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의 반대에도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건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인 기업운영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자본주의 물적분할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 A 씨는 “대주주의 지분율 확대를 위해 알짜배기 기업을 따로 떼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개미들은 신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의 미래를 바라보고 모회사에 투자했는데 자회사가 상장을 하게 되면 개인 투자자는 더 큰 피해를 받게 된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청원인 B 씨는 “포스코 주가가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물적 분할을 발표해 주가는 폭락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에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구분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형식의 기업 분할 형태를 말한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그동안 물적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은 모회사 핵심사업부의 법인 신설에 따른 지분가치 훼손을 이유로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분할회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는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의 물적분할을 발표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물적분할 발표 당일 기관 투자자는 포스코를 878억 원 순매도하며 주가가 4.58%(1만3500원) 빠졌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주가의 고속 성장을 견인해온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씨제이이엔엠은 예능, 드라마, 영화 등 주요 콘텐츠 제작사업을 물적분할하겠다고 지난달 19일 공시했다. 공시 이후 씨제이이엔엠 주가는 22% 하락했다. 한화솔루션도 첨단소재부문 분할설이 불거진 지난 9월 이후 주가가 15% 가량 떨어졌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SK온’을 설립했다.그러나 이번달 10일 한국거래소가 ‘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관한 제도적 개선 장치를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주가가 4.57%(9500원) 올랐다. 이 영향으로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2022년 매출액 6조595억 원, 영업이익 727억 원을 기록할 것”이란 긍정적인 증권가 전망에 주가는 8.33%(1만7500원) 올랐다.
각 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건 효율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동시에 신사업 투자를 영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키움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이 전망한 포스코 상장 전후 재무요약표를 보면 현재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23.73% 수준이지만 분할 후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의 부채총계는 3조8415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7.39%인 반면 신설되는 비상장 포스코의 부채총계는 11조1933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28.69%가 될 전망이다. 반면 향후 포스코홀딩스의 예상 자본총계는 48조1194억 원으로 분할 전 자본총계인 48조3188억 원에서 크게 줄어들지 않는 수준이다.
이를 종합하면 포스코의 부채비중은 물적분할 후 신설되는 비상장 법인이 부담하는 동시에 포스코홀딩스의 투자지표(PBR) 수준은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존속법인의 부채총계 감소에 따른 이자율 개선을 바탕으로 신사업 연구개발 및 관련 기업 투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핵심 신사업부를 때어내 다른 법인으로 상장을 시킨다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업가에서 신생 사업 분야의 관계 기업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건 신사업 편승에 대한 절박함이 크지만 도저히 내부 시스템을 뜯어고칠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이질적인 성향의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을 강제로 합치는 것 보단 자기업 내부에서 성장전략을 다시 구축하는 게 비용이나 에너지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