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차트에 '피카츄'가 등장했다. 급격한 가격 상승을 이룬 뒤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이 2번 반복되는 것이 피카츄의 뾰족한 귀를 닮았다는 ‘웃픈’ 차트 해석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피카츄 귀까지 치솟았던 가상화폐 가격은 최근 2달 새 급락하고 있다. 특히 대장주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지난해 11월 약 8000만 원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23일(현지시각)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일주일간 19% 이상 가격하락세를 보였다고 한다. 코인마켓캡 기준 16일 한 때 개당 약 5185만 원이었던 비트코인은 23일 4130만 원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채굴 단속 우려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코인채굴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취지의 트윗으로 휘청거렸던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가상화폐 데이터 사이트 코인글라스는 지난 3일 동안 15억 달러(약 1조7905억 원) 이상의 비트코인이 마진콜로 인해 청산됐다고 추산했다.
이번 대규모 하락장은 다양한 악재들이 겹치면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에는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대규모 소요 사태가 비트코인의 약세를 이끌었다. 작년 5월 중국의 채굴 금지 조치로 인해 새로운 채굴 장소로 떠오른 카자흐스탄은 최근 유류가 급등 항의 시위로 인해 유혈사태가 벌어져 한때 인터넷 접속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채굴업자 가운데 15%가 채굴을 진행하지 못해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
소요 사태는 러시아 공수부대가 투입되면서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세계 3위 채굴국인 러시아에서도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금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악재가 닥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여러 회 인상할 것을 예고하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던 비트코인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 약세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 당국 규제에 따라 올해부터 중국내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것도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거래소 후오비는 지난해 11월부터 공지를 통해 중국 내 거래소 이용자 등록 해제를 조치를 차차 진행해왔다. 후오비는 지난 12월 24일 공지를 통해 “2021년 12월 31일에 중국 내 사용자 정지 조치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2022년 2월 15일 이후에도 중국내 이용자의 자산이 남아 있을 시 관리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알리며 빠른 시일내로 남은 자산을 인출하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는 후오비와 함께 지난해 9월 중국 본토 이용자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한때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의 매수 비중이 적지 않았던 만큼 중국발 가상화폐 투자가 공식적으로 차단된 것에 대한 우려도 어두운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현재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상승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 수석상품전략가는 “비트코인이 올해 안에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투기자산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변하는 과도기에 있다”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가상화폐 가격 하락기에 대처하기 위한 조언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볼 것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 할 것 △고수익 유혹에 빠지지 말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