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러시아, 3차 협상도 빈손...민간인 대피 통로 두고 공방

입력 2022-03-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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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피 방향 러시아와 벨라루스 향할 것 요구
우크라이나 “중세 시대 포위 전술 연상케 해” 비난
유엔 “민간인 안전 대피 노력이 계속 방해받고 있어”
회담 후에도 밤새 주요 도시 폭격 이어져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피난민 가족이 껴안고 울고 있다. 메디카/AP뉴시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3차 정전 회담도 빈손으로 끝났다. 양국이 사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민간인 대피 통로를 놓고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벨라루스 국경 인근 브레스트주에서 4시간가량 3차 협상을 벌였다. 양국은 민간인 대피 통로를 다시 확보하는 데 동의했지만, 통로 방향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대피 통로가 자국에 만들어질 것을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향을 향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다.

회담 후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은 키이우(키예프)와 하르키우(하리코프), 마리우폴, 수미에서의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며 “대피로는 분명히 러시아와 벨라루스 도시로 향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렘린궁이 중세 시대 공격을 연상시키는 전술을 펼쳐 도시를 포위하고 대피로를 차단해 민간인을 죽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의 요구에 “완전히 부도덕한 일”이라며 “러시아는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TV 영상으로 담기 위해 사람들의 고통을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 중에도 민간인 공격을 지속했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와 체르니우, 수미 등 곳곳에 포격을 가했다. 앞서 2차 회담 후 임시 휴전 기간에도 마리우폴 등 대피 통로가 있는 지역에 포격을 가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러시아의 인도주의 통로 제안이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시작된 이래 실제 사망자 수는 추정치보다 훨씬 더 많다”며 현 대피 통로 확보에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히 (주요 대피로인) 마리우폴과 하르키우, 수미 등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민간인을 안전하게 떠나게 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계속 방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회담이 끝난 후에도 밤새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중부 도시를 폭격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피로 중 한 곳인 수미의 한 발전소가 파괴됐고 키이우 서쪽 지토미르와 체르니우의 석유 저장소도 공격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키이우 시 관계자는 “러시아 폭격이 밤낮으로 멈추지 않아 시신조차 정리할 수 없다”며 “개들이 길거리 시신들을 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협정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공격 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시가전에 능숙한 시리아인을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학연구소의 제니퍼 카파렐라 연구원은 “러시아가 시리아 용병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려는 건 현 전쟁을 국제문제로 비화해 광범위한 지역간 갈등 이슈로 만들려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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