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높은 원자재 시장점유율...대러 제재로 공급 차질 우려
러 “유가 300달러” 으름장...노르트스트림1 가동 중단 위협도
세계 경제에 출구가 없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러시아가 이에 맞서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에너지 가격에 고삐가 풀렸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자재값이 오르고, 치솟은 가격이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을 부채질하며 가격을 또다시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은 공포에 질렸다. 코스피는 3거래일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러시아발(發) 공급 차질 우려에 8일 이전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웠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은 이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한때 111% 넘게 폭등해 톤당 10만136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70% 급등하며 2007년 6월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구리 선물(3개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약 2% 상승하며 톤당 1만845달러를 터치했다. 2021년 5월(1만747.50) 기록한 이전 최고치를 10개월 만에 경신했다. 알루미늄도 톤당 4073.50달러까지 치솟으며 이틀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의 후폭풍이 거세다.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이 큰 원자재 공급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러시아의 니켈, 구리, 알루미늄 시장점유율은 각각 9.3%, 3.5%, 5.4%에 달한다. 대러 제재로 원자재 수출이 막힐 것에 대비해 이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이날 TV 연설에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서방의 대러 제재 보복 차원에서 유럽 천연가스 공급 통로인 ‘노르트스트림1’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협박도 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방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러시아와 서방사회의 강대강 대결구도가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심리 요인이 겹쳐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러시아 수출 금지로 생기는 하루 700만 배럴 공급 공백을 메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증산에 나설 의지가 없고, 하루 150만 배럴 수출 여력이 있는 이란도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다. 모하마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러시아 부족분을 대체할 잉여 능력이 없다”며 “현재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발 경제 충격에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8.91포인트(1.09%) 하락한 2622.40으로 마감하며 2600선에 근접했다. 개인은 7319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763억 원, 2925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