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만 나이 계산법 통일된다?...가장 헷갈리는 나이 셈법 총정리

입력 2022-04-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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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누가 형이야?”

“너 몇 짤이야, 우리 엄마가 나이 더 많아!”

친목 모임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어린 아이들끼리 노는 놀이터에서까지. 우리나라만큼 나이에 민감한 나라도 없습니다. 통성명을 하면 의레 따라오는 게 서열 정리지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이 셈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년부터 1~2살씩 어려집니다. 50대 초반은 40대로, 40대 초반은 30대로 다시 어려지니 내심 좋습니다.

하지만, 3가지나 되는 우리나라 나이 셈법을 하나로 통일하려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다양한 장면에서 헷갈리는 나이 셈법, 과연 통일하기가 쉬울까요?

◇“나이 셈법 통일로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 해소”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호 인수위 정부사법행정분과 간사는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간사는 “나이 셈법이 통일되지 않아 국민이 사회복지 서비스 등 행정 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해석할 때 혼선과 분쟁이 지속해 왔다”며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면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내년 초부터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계산법 및 표기 규정을 마련하고 법령상 민사·행정 분야 ‘만 나이’ 사용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연 나이’ 계산법을 채택하고 있는 개별법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세는 나이·연 나이·만 나이...복잡한 한국만의 나이 셈법

현재 한국에서는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등 3가지 나이 셈법이 섞여 쓰이고 있습니다. ‘세는 나이’는 태어나는 순간 1살로 시작해 매년 1살씩 더해지는 나이로, 현재 한국에서만 쓰이고 있습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세는 나이보다 1살 적지요. ‘만 나이’는 생일이 지날 때마다 1살씩 더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93년 8월생은 현재 세는 나이로는 30살이지만 내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이 적용되면 2023년 4월 기준 29세가 됩니다. 나이 셈법에 따라 20~30대를 오가는 셈입니다.

한국은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는 만 나이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초중등교육법, 민방위기본법, 향토예비군설치법, 소득세법 등에서는 ‘연 나이’를 적용해왔지요.

대표적으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돼있으나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해 연 나이를 적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병역법상으로도 “병역의무의 이행 시기를 연령으로 표시한 경우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하는 등 연 나이를 적용 중입니다.

이는 개인마다 다른 생일을 각각 계산해 특정 나이를 확인하면 취학, 징병, 복지 등을 관리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연 나이를 예외적으로 적용해온 것입니다.

◇남탕갈까 여탕갈까...나이 셈법 혼재에 혼란도

사실, 기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해왔음에도 관습적으로 써온 ‘세는 나이’와 ‘연 나이’의 혼재로 혼란을 빚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소아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에도 ‘만 나이’를 적용할지 ‘연 나이’를 적용할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야 ‘만 나이’를 적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목욕탕 이성 출입 나이 역시 기존 만 5세와 연 나이 4세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으나 셈법이 어려워 만 4세로 1년 낮춰 시행규칙을 변경했습니다.

나이 해석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간 예도 있습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 ‘56세부터 적용된다’고 한 부분을 두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만 56세’, 사측은 ‘만 55세’로 해석한 것입니다. 해당 분쟁은 대법원이 ‘만 55세부터’ 판결하며 마무리됐지요.

◇어쩔티비 저쩔티비...일단 어려지니 조오타~

이렇듯 혼돈을 줄 수 있는 만 나이 셈법 통일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은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세는 나이’로 올해 30세인 A 씨는 “(만 나이 셈법 통일이 되면) 당장 20대가 될 수 있어 기분은 좋을 것 같다”고 반색했습니다. 회사원 B 씨는 “(만 나이를) 기존에 공식적으로 써왔던 만큼 혼재하는 나이 셈법을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반대할 이유는 없어보인다”고 했습니다.

직장인 C 씨는 “세는 나이 셈법 때문에 나이로 위계질서를 가리는 문화가 학창시절 때부터 심해지는 것 같다”며 “관습적인 용도로 쓰여온 세는 나이를 없애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만 나이 셈법 통일 후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학생 D 씨는 “만 나이로 통일되면 20살들은 생일이 지나야 술·담배를 살 수 있게 되느냐”며 “아무리 법적으로 명시가 잘 돼 있더라도 인식상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인수위 이용호 간사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정책을 수립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할 때 만 나이만 사용하고 국민에게 만 나이 계산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홍보할 책무를 행정기본법 에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이와 관련, 법제처는 내년까지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올해 안으로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더불어 인수위 측은 ‘만 나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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