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기름값이 싸면 먼 거리도 마다치 않는 이른바 ‘원정주유족’도 많다.
원정주유족이 주로 찾는 주유소는 바로 ‘알뜰주유소’다. 알뜰주유소는 통상 대기업 직영ㆍ자영 주유소보다 리터(ℓ)당 100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알뜰주유소가 다른 주유소와 달리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먼저 알뜰주유소의 설립 목적부터 톺아볼 필요가 있다.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에 도입됐다. 당시 이란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을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알뜰주유소를 만들었다.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인 석유제품의 소매 유통 방식을 개선해 저렴한 가격으로 유류를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알뜰주유소는 일반 직영ㆍ자영 주유소와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방식이 달랐다.
직영 주유소는 정유사가 직접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브랜드 제품만 판매한다. 자영 주유소는 기존 정유사의 폴 주유소(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석유제품을 공급받기도 하지만 다른 정유사의 제품도 가져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직영ㆍ자영 주유소의 공통점은 공급처가 정유사라는 점이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공급처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다. 이 두 기관이 공동으로 석유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알뜰주유소에 일반 주유소 대비 리터당 100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셀프주유소 전환이나 서비스 상품 축소 등으로 기타 운영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더욱 싼 값에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66개소까지 늘어났다. 현재 알뜰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1%다.
기름값이 싸질수록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이다. 다만 주유소(사업자) 간에는 상당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가 알뜰주유소에만 공급 가격 혜택을 주면서 기존 주유소들 영업에 타격을 준다고 주장한다. 또 시설개선 비용 최대 3000만 원과 함께 주유소 운영자금을 저리 대출 등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설립 취지와 달리 알뜰주유소의 정책적 효과가 사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초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와 리터당 100원 이상 저렴하게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상표별 휘발유 판매가격은 GS칼텍스의 휘발윳값이 리터당 1985.6원으로 최고가였다. 반대로 가장 싼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51.8원으로 33.8원 차이에 불과했다.
앞으로 알뜰주유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유소는 2016년 1만1899곳에 달했지만 5년 만에 757곳이 폐업해 지난해 말 기준 1만1142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알뜰주유소는 108곳이 늘었다.
현재 정부는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알뜰주유소를 늘리기로 했다. 특별시나 광역시에는 알뜰주유소 간 거리가 1k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하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에 특별세액감면율을 추가로 10% 포인트 상향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추진한다.
자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 간 갈등을 조정하고, 본래의 취지대로 석유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 정부의 남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