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 세 명 모두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의 사직 의사를 일종의 ‘기수 정리’나 ‘개인사유’로 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일반적인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공안부 축소’의 시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윤석열 공안 홀대론’은 새로운 검찰 지도부 체제에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최창민(50·사법연수원 32기) 공공수사 1부장, 김경근(49·33기) 공공수사 2부장, 진현일(50·32기) 형사10부장이 ‘일신상의 개인적 사정’으로 사직 의사를 표시했다. 형사10부는 산업안전범죄 전담 부서로 검찰 내부에서는 ‘공공수사3부’로 불리기도 한다. 공공수사부는 대공‧테러, 선거‧정치, 산업안전 등을 수사한다.
이들의 사표 제출 시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 중간간부‧평검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사는 이달 중순으로 예상된다. 연수원 기수 32‧33기가 이번 차장검사 승진 대상에 포함되는데 이 기수에 해당되는 세 사람이 사표를 낸 점이 의아하다는 평가다.
검찰 내부의 인사들은 공안부의 좁아지는 검찰 내 입지와 변호사 시장의 높아지는 수요가 겹치는 시점에서 이들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분석했다.
공안통으로 불리는 한 부장검사는 “세 명의 부장이 검찰을 나가는 것은 떨어지는 공안부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며 “검찰 내에서 공안통의 입지가 좁아지는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 등 공공수사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니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선거와 노동,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공안부는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사건 수사’와 ‘MB(이명박)정부 경찰 불법 여론조작‧정치개입 수사‧직권남용 수사’ 등 굵직한 정치 사건을 수사하며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정치적 논란에 시달린 공안부의 축소‧개편을 시도했고 2019년에는 ‘공공수사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당시 많은 공안통들은 승진에서 누락되며 뒤로 밀려난 것으로 전해진다.
정권이 새롭게 바뀌었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던 당시 특수통 검사들을 우선적으로 챙기며 검찰 안팎에서 ‘공안 홀대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은 물론 검찰 수뇌부 인사에도 윤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리를 차지하며 ‘비윤’ 검사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의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당시 지검장은 주요 요직은 물론 공안 주요 부서장 자리에도 자신과 가까운 특수통이나 공안 경험이 없는 인사들을 채워 넣었다”며 “공안통들이 당시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옷 벗고 개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토로했다.
곧 있을 검찰 정기인사에서 특수통 등 이른바 ‘윤석열 라인’이 검찰 핵심 수사부서와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특수통이 아닌 공안통 등은 자연스레 인사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이 9월 10일 시행되면 공안부는 더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기존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2대(부패·경제)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직자‧선거‧대형참사 등을 수사하는 공안부의 수사 범위‧대상이 경찰로 넘어가게 되며 공안부의 자리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 수요가 높아지는 것 역시 공안부 검사들의 이탈을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공안부 출신 검사들의 몸값이 높아졌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덕분에 공안통에 대한 변호사시장 수요가 상당하고 대공과 선거 수사 경력 역시도 사회 전반 공공 분야로 폭 넓게 활약할 수 있다”며 “서울의 부장검사들은 다음 인사에서 지방 차장검사로 발령이 날 텐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지금처럼 몸값이 높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낫지 않겠냐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