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언론 보도 적고, 관련 정보 삭제 돼
시진핑, 3연임 앞두고 권력투쟁 시작 관측 커져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내내 모습이 보이지 않던 리커창 총리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리코노믹스’의 부활이라며 집중 조명하는 분위기다.
리코노믹스란 2013년부터 국무원 총리를 지내온 리 총리의 경제 정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강한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IT 부문의 약진 등으로 중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리 총리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리 총리는 지난달 25일 무려 전국에서 10만 명 이상의 지방간부들을 소집해 ‘전국 경제 지표 안정 화상회의’를 열었다. 그는 회의에서 “마이너스 성장의 플러스 전환”을 언급하며 “채권발행을 늘리고, 소비장려금 지원, 감세와 환급 확대, 사회보장비 납부 유예, 탄광 채굴 재개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가 직접 경제 최전선에 있는 간부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움직임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설명했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 국영언론들이 10만 명이라는 놀라운 숫자에도 당시 회의를 소극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리 총리가 “코로나19 대책과 경제 발전 정책의 균형”을 강조했다고만 전했다. 중국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관련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닛케이가 전했는데, 당에서 회의 언급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도 감시 당국에 의해 삭제되거나 열람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진핑의 3연임을 결정지을 올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보도, 선전 부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글들이 삭제되거나 열람 금지되는 것은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리커창이 심각한 정치적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1962년 비밀리에 열린 ‘7000명 대회’는 리 총리의 운명을 시사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60년 전 회의에서 경제 재건을 담당했던 당시 국가주석 류사오치는 경제 재건의 일등공신이 됐지만 4년 후 마오쩌둥이 주도권 회복을 노리고 내건 ‘문화대혁명’으로 타도의 대상이 되고 목숨을 잃었다.
최근 몇 년간 시진핑 주도로 내세운 좌파 지향의 각종 정책은 경제 기본 원리와 원칙을 무시한 ‘미니 대약진’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런 정책은 비록 눈에 띄지 않았지만, 최근 리커창 주도로 수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더 극단적으로 좌파 지향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시점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다. 상하이 등의 봉쇄가 해제돼도 제로 코로나 정책의 타격이 남아있고, 5월까지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호조와 부진의 경계인 50을 3개월 연속 밑돌았다. 부동산 불황도 부담이다. 둔화된 경제를 어떻게 살리는지를 두고 동전의 다른 일면처럼 권력 투쟁도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