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기간 코펜하겐 거리는 관공서, 상점, 가정집 베란다 할 것 없이 무지개 깃발로 넘실거렸다. 시청 근처 세븐일레븐과 폭스바겐은 아예 무지갯빛 간판을 새로 달았다. 화장품, 영양제 등을 파는 드러그스토어엔 빨강, 주황, 노랑, 청록 등 형형색색의 아이섀도가 진열됐다. 'Feeling MYSELF(나 자신을 느끼며)'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곳은 '레인보우 비즈니스'라는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시청 광장 부스에선 성소수자단체, 인권 기관 등은 연대 뜻을 담은 팔찌, 시계 등 각종 상품을 팔거나 기념품을 나눠줬다. 몇몇 시민들은 험멜이 판매하는 무지개 티셔츠를 요리조리 몸에 갖다 대보더니 지갑을 열었다. 머스크, 험멜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IG, 딜로이트, KPMG 등 다국적 기업들도 후원사로서 축제를 함께 만들어갔다. 다양성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기업들이 홍보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만 참여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다양성이 기업의 경쟁력을 만든다'는 치열한 고민 끝에 기업도 이곳을 찾았다는 점이다.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한 부스 관계자의 말은 앞으로 닥칠 기업의 숙제를 암시하는 듯했다.
덴마크 전기·통신 회사인 벨코멘(velkommen) 부스에서 만난 한 관계자의 첫마디는 "우리 회사 경영인은 커밍아웃했다"였다. 또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일터에서 함께 살아가는 노동자이자 이해관계자로 당신을 존중한다는 것. '레인보우 비즈니스'는 성소수자를 단순히 소비자로서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섰을 때 완성된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 기업의 다양성 논의는 여성과 장애인, 연령 정도에서 머문다. 인종 다양성이나 성소수자 의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런 기업 환경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간다. 한국 청년 성소수자 10명 중 7명(73.3%)은 직장에서 이같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도 '다양성의 세상'에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소비에서도 직장에서도 자신의 존재가 누락되지 않게 하는 큰 틀의 법, 평등법은 '선결 과제'다. 최소한, '차별의 세상'에서 보는 스펙트럼보다 시장은 더 넓고 다채롭게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