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엔진 탓에 앞쪽 무게 쏠려
전기차, 무게중심 낮고 중앙에 집중
전기차, 전방 충돌상품성 확대 여력↑
잇따른 '화재 우려'는 여전히 걸림돌
3박스 타입의 세단과 2박스 타입의 해치백 가운데 '후방 충돌 안전성'은 어느 차가 유리할까.
언뜻 커다란 트렁크가 존재하는 세단이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트렁크가 달린 세단이나 트렁크가 없는 해치백이나 "후방 충돌 안전성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제조사의 공식 입장이다.
해치백은 기본적으로 후방 충돌에 취약한 구조다. 이 때문에 트렁크 하단에 충격흡수 빔을 추가하거나 설계 단계부터 C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구조, 앞쪽부터 A→B→C필러다) 강성 등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보강 작업을 추가한다. 이른바 '충돌 상품성' 강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이 올라간다. 예컨대 과거 세단형이었던 아반떼(MD)와 이를 밑그림으로 개발한 해치백 i30(GD)의 경우 비슷한 옵션이라면 해치백인 i30가 더 비쌌다. 충돌 상품성 강화에 필요한 연구개발 및 자재ㆍ공정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충돌 상품성은 차 등급과 특성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원칙도 존재한다. 구형보다 신형이 안전하다는 진리다. 이유는 해마다 보강되는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춰 차를 개발하고 양산했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는 "안전 기준은 해마다 강화된다. 결국,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춰 개발하고 양산된 차가 더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밝힌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 기준은 미국 기준과 닮아있다. "수출 주력 국가의 안전기준과 배기가스 기준을 도입해 자동차 산업의 선진화를 비롯해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기준을 도입한 배경이다.
따라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양쪽에 세우고 어느 차가 "더 안전하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구조적인 차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일 뿐이다.
다만 제조사의 연구개발진은 비공식적으로 "전기차는 엔진이 없다보니 안전도 설계 때 한결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구조적인 차이 때문이다. 커다란 엔진을 앞에 얹은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탓에 전방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전방 충돌 때 묵직한 엔진이 오히려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여유 공간이 많다. 설계 때부터 이 공간에 다양한 충격 흡수(또는 분산) 구조물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의 충돌 상품성이 무조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뼈대를 활용한, 이른바 파생 전기차는 기존 차대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어 큰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안전도 평가를 봐보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안전도 평가를 가릴 수 없다. 그만큼 양측 모두 안전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신 모델인, 내연기관 중심의 기아 스포티지(4세대)는 공단의 종합안전도 평가에서 종합 점수 94.1점을 받았다. 1년 먼저 나온,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92.1점)의 안전도 평가를 앞선 수치다.
결국, 내연기관이냐 전기차냐를 떠나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개발해 양산한 신형 차가 안전도에서는 한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