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요 늘면서 2.7일로 떨어질 수도
트라피구라 “구리 가격 톤당 1만5000달러 이상으로 가야 맞아”
세계 구리 재고가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날 세계적인 원자재 거래업체인 트라피구라의 코스타스 빈타스 금속‧광물 거래 책임자는 “시장에 남은 구리 재고가 세계에서 소비되는 구리 거래량의 4.9일분밖에 되지 않는다”며 “올해 2.7일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구리 재고량은 주 단위로 계산된다.
구리는 전선, 전기자동차, 풍력 터빈 등 모든 것에 사용된다. 지난 3월 초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톤당 1만 달러(약 1439만 원) 이상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톤당 7400달러로 30% 정도 낮아졌다.
최근 달러 강세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구리 가격도 하락했다.
그러나 구리 시장에선 공급이 제한되면서 구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재고가 부족해 공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타스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구리 수요가 줄어든다는 불안이 커졌지만 최근 전기차, 인프라 관련 구리 수요가 이를 만회하는 것 이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소비증가율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것 역시 구리 가격을 지지하는 요소다. 빈타스는 “EU는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태양열 에너지 발전량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며 “이 역시 엄청난 양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빈타스는 구리 가격 조정이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구리가 가격이 톤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던 그는 “경기침체 우려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이런 우려가 진정되면 매우 빠른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의 구리 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더 높은 가격을 예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며 “1만5000달러 이상까지도 가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 런던금속거래소(LME) 창고의 구리 재고량도 급격히 줄었다. 필헌트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무역상들이 앞다퉈 금속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내년 오히려 구리 재고가 늘어날 거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커스 가비 맥쿼리 상품 전략 책임자는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구리 생산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구리를 비롯한 모든 산업 금속 시장에서 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