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은행에 마르는 자금줄…은행권 "대출 확대 위해 예대율 등 기준 낮춰 달라"

입력 2022-10-23 16:15수정 2022-10-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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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시중 자금이 말라가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자금 경색의 진원지는 은행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규제 비율 충족, 기업대출 자금 조달 수요 등에 따라 최근 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리고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시중 자금과 채권시장 자금을 사상 최대 규모로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은행 예·적금 외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으로 가는 돈줄은 꽉 막혔다. 결국 돈맥경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NH농협·하나·신한·우리·KB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일 기준으로 총 796조4514억 원이다. 이는 9월 말(760조5044억 원)보다 35조9470억 원 늘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20일까지 불어난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만 141조5155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은행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 금리도 높아지면서 금리가 5%가 넘는 상품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이처럼 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곳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서다.

은행들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직접 자금 조달(채권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2금융권에 대출(간접 자금 조달)을 더해줄 테니 유동성 비율 등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20일 주요 시중은행의 자금 담당 임원들을 불러 자금 조달 상황 등을 점검한 것도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연장한 것도 은행들이 기준 완화로 여유가 생긴 유동성만큼 일시적 자금 경색에 시달리는 우량 기업이나 2금융권에 대한 대출을 늘려 숨통을 틔워달라는 것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최근 한계기업의 부실이나 2금융권의 위기에 은행이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은행인데, 이자 장사를 한다고 혼을 낼 게 아니라, 이럴 때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확보해서 선제적인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며 "한계기업 중에서도 좋은 기업은 지원하도록 유도하거나 2금융권에 대한 지원도 할 수 있도록 여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비율 규제 예외를 포함해 은행의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20일 회의에서 건의했다"며 "은행권은 이들 건의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해 이번 주 초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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