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이 공동 주최하고 아동권리보장원이 주관한 ‘제16회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기준은 현직 기자들과 대학 교수, 변호사가 제정위원으로 참여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 제정위원회’에서 나름대로 치열한 논쟁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전문과 3개의 대원칙, 14개의 소원칙, 권고문으로 구성됐다. 권고기준의 명칭부터 문구 하나하나가 토론의 대상이 됐다. 자율규제라는 특성상 구속력을 높이는 것보단 수용도를 높이는 게 중요했고, 회의 때마다 원칙·어휘·서술 수정이 이뤄졌다. 제정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매주 회의 결과를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정위원회를 실무적으로 지원한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상당수 의견이 권고기준에 반영됐다. 대표적인 게 첫 소원칙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입니다. 이를 ‘일가족 동반 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일가족 극단 선택은 주어가 부모일 때 ‘어린 자녀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가 되지만, 자녀가 주어일 땐 ‘자살을 계획한 부모로부터 살해당했다’가 된다. 결국, ‘일가족 동반 자살’이나 ‘일가족 극단 선택’이란 말은 부모의 관점에서 ‘살인’을 정당화하는 표현이다. 이를 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같은 취지에서 체벌·훈육 등 폭력·학대를 정당화하는 표현을 지양하자는 내용을 두 번째 소원칙으로 넣었다.
나머지 12개 소원칙도 방향은 같다. 아동학대 사건을 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보고 과정에서 아동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상세 보도’에 따른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넣었다. 아동학대 보도의 특수성도 고려했다. 상당수 사건은 입건·판결 전 제보·보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제보 내용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취재·보도의 ‘기본’을 강조하는 원칙들을 포함했다.
권고기준이 제정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보도가 바뀌진 않을 거다. 보도가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 마련을 계기로, 더디게나마 ‘아동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어른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민법이 개정되어 부모라도 아동을 체벌할 권리는 없으며, 아동에게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등을 하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등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112에 신고하고, 아동 양육·지원 등에 어려움이 있으면 129(보건복지상담센터)와 상담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