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가격 전략 수정 불가피
가격 인하 대신 판매성과보수 확대로 대응
"전기차 시장,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를 고수했던 테슬라가 판매 하락과 재고 증가로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전기차 업계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등이 가격을 크게 내린 만큼, 추격자인 현대차그룹 역시 가격 인하가 불가피해졌다.
16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주요 브랜드의 재고가 증가 중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금리인상 여파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하자 신차 구매수요가 크게 감소한 데다 금리가 오르면 리스와 할부, 렌털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2022년 하반기부터 주요 브랜드의 미국 내 재고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제조사별로 판매성과보수(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재고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조사별 수익성이 하락 중이다. 테슬라가 독주하던 전기차 시장에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한국의 현대차그룹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테슬라가 57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사이,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각각 37만 대와 25만 대를 판매했다. 여전히 테슬라가 앞서고 있으나 격차는 단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위기에 몰린 테슬라는 1월 둘째 주 미국과 중국, 아시아, 유럽 등 주요 거점에서 인하된 새 가격을 발표했다. 전 차종에 걸쳐 6%에서 최대 20%까지 가격을 내렸다. 미국 시장 △모델3의 경우 1만 달러(약 1240만 원) △모델Y는 1만3000달러(약 1614만 원)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할인 직전 테슬라를 구매한 미국 고객은 많게는 1만 달러 이상 손해를 보게 됐다. 중국에서는 앞서 비싸게 테슬라를 산 일부 고객이 대대적인 항의에 나서는 등 잡음마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추격자인 현대차그룹 역시 가격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근에는 신차 효과마저 빠르게 감소해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가 뚜렷하게 감소한 상황이기도 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파이브)는 2021년 12월 미국 진출 이후 지난해 상반기 괄목할만한 판매고를 올렸으나 하반기 들어 위축세가 뚜렷하다.
기아 역시 EV6 출시(2022년 2월) 이후 3개월 사이 월평균 2600대를 판매했으나 4분기에는 월평균 1000대 판매에 그쳤다. 가격 인하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테슬라처럼 대대적인 가격 인하가 아닌, 딜러의 판매성과보수(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1000달러 수준이었던 현대차 미국 인센티브가 올 상반기에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 금리 인상과 더불어 인센티브 상승 전환, 환율 하락 등이 엮이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인 만큼, 경쟁사와 시장 동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