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긴축 의지…최종금리 상향 시사
미 빅스텝 땐 금리차 1.75%p 역대 최대
환율·채권 요동…한은 금리인상 불가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시장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특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시장금리와 연동되는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공공성’ 압박에 줄줄이 대출금리를 인하했던 은행들은 시장과 역행하는 전략을 펴야 될지 ‘눈치 보기’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궁극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용과 개인소비, 인플레이션에서 1개월 전에 보이던 둔화세가 일부 역전됐다”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은 당장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4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4월 금통위 방향과 관련한 질문에 “FOMC 결정이 이번 달에 있고, 주요국 금리 결정도 있어 전반적으로 고려하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미 통화당국 수장이 ‘매의 발톱’을 다시 세우면서 시장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연 5.36~6.64%를 기록 중이다. 은행채 상승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올라 신용대출 금리도 상단이 조만간 7%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7일 기준 4.60%로, 한 달 전(4.27%)보다 0.33%포인트(p) 올랐다.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4~6.46%다. 한 달 전(연 4.08~6.57%)보다 상단은 소폭 하락했으나, 하단은 0.46%p 상승했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7일 3.56%에서 이달 7일 3.88%로, 한 달 새 0.32%p 올랐다.
이달 연준의 빅스텝과 한은의 내달 기준금리 인상, 은행채 금리 상승 등이 이어질 경우 금융당국의 찍어누르기에도 대출금리 추가 인상은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은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최대 50bp(1bp=0.01%p)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환율도 오르고 채권가격도 요동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도 연동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며 “은행들의 가산금리 중에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 같은 항목은 좀 더 반영될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