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헌법에 위반된다” 결정
외국인 근로자의 유족이 단지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퇴직공제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는 평등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의 퇴직공제금 수급 자격을 불인정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그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제외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을 준용하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은 베트남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적의 여성으로 우리나라에서 건설근로자로 일하다 사망한 망인의 아내다. 청구인은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공제회)를 상대로 퇴직공제금 지급을 구했는데, 공제회는 청구인이 옛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에 따른 ‘외국 국적의 외국 거주 유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청구인은 공제회를 상대로 퇴직공제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소송계속 중 해당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퇴직공제금 청구의 소를 기각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청구인은 2020년 9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제도는 사업주가 납부한 공제부금만을 재원으로 하여 마련된 퇴직공제금을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건설근로자 혹은 그 유족에게 지급하는 것이어서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더라도 국가의 재정에 영향을 미칠 일이 없고, 사업주의 추가적 재정 부담이나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재원 확보가 문제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한 “건설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은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공신력 있는 문서로서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자격’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금 지급 업무에 특별한 어려움이 초래될 일도 없다는 점에서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을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직공제금은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건설근로자의 사망 당시 유족인지 여부’만 확인하면 되므로 퇴직공제금 수급 자격에 있어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이 ‘외국인’이라는 사정 또는 ‘외국에 거주’한다는 사정이 ‘대한민국 국민인 유족’ 혹은 ‘국내 거주 외국인 유족’과 달리 취급받을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런 점들을 근거로 “심판대상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을 ‘대한민국 국민인 유족’ 및 ‘국내 거주 외국인 유족’과 차별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2019년 11월 개정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은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더 이상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규정하면서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 제외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아, 개정법 시행 이후에 퇴직공제금 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도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