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인사검증도 도마 위에…"학폭 알았다면 검증 통과 못 시켰을 것"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27일 여야가 거센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을 원상복구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적법한 시행령을 두고 민주당이 이재명 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맞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검수완박과 관련한 헌재의 결정과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와 관련한 부실 인사 검증 문제 등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앞서 헌재는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통과시켰던 검수완박법에 대해 '위장탈당' 등을 통한 법사위 심사 과정은 위법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법무부와 검사 6명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법사위 위원님들과 주위에 많은 분들한테 물어봤는데 법무부 장관의 청구에 대해서는 '각하'라는 의견이 열이면 열이었다"며 "장관께서 오판한 건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 국민에게 일단은 사과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유효로 확정됐으니 입법 취지에 따라 6대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하는 법의 취지를 존중해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장관은 검사가 아니다', '지휘·감독권에 관한 규정도 아니다', 그래서 '운동장에 들어와서 축구를 할 자격이 없다'고 해서 (헌재가) 각하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권한은 헌법상의 12조에 의해 태생되는 수사·기소권이 아니고, 그것은 국회가 만드는 법률에 의해서 잉태되는 권한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기관에 특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표결과정에서 자유로운 토론도 보장되지 않고 안건조종위원회를 무력화시킨 '꼼수 위장탈당'에 의해 의결이 이뤄짐으로써 표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법률은 무효가 아니다'라는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논리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결정도 납득할 수 없고,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헌재 결정과 관계없이 검수완박법이 유효함을 전제로 시행령을 만들었는데, 자꾸 시행령을 원상복귀시키라고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국민들이 의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검수 완박법에 대해 이렇게 민주당이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은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비리 덮기'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뉴스를 보니 이 대표가 위증 교사 의혹이 있다. 현재 시행령으로는 위증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에서는 위증으로 인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진행될 수 있으니까 시행령을 원상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대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 또한 시행령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은 기본적으로는 (검수완박)법 자체의 입법 취지를 존중해 부패와 경제 범죄의 카테고리를 재조정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 결과와 전혀 무관하다"며 "오히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시행령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는데, 도대체 왜 깡패·마약·무고·위증 수사를 못 하게 되돌려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선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와 관련한 인사 검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아들의)학교폭력을 알고 있었는데 모르고 넘어가려고 했다"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자녀 학폭 문제를) 알았다면 인사 검증을 통과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알고도 인사를 밀어붙인 거라면 하루도 안 돼 철회했을 리가 없다"며 "이것을 검·경에서 걸러냈으면 이런 일로 (피해자가) 아픔을 겪는 일이 없었을 텐데 그 점은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사퇴한 안경환 후보자를 예로 들면서 "송사 문제는 앞으로도 확인되기 어려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자는 당시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진사퇴했다.
한 장관은 "(인사 검증은)양면성이 있다"며 "강도를 높였을 때 사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강도를 낮추면 그물이 성겨지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에서 적절한 주안점을 찾는 방향으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며 "제도 개선 면에서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