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의혹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과 조기귀국을 결정하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반응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며, 진실의 실체가 규명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민의힘은 “꼬리자르기식 탈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송 전 대표는 전날 오후 11시,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과 당 상임고문직을 사퇴 의사를 전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 당에 복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의 즉시귀국과 자진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당의 입장을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의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며 “그가 귀국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 있는 자세로 검찰 수사 등에 응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도움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 내외에서도 송 전 대표의 결단을 응원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는)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며 “자신이 정했던 대로 ‘탈당해서 증명하고 돌아온다’는 룰을 실천했다”고 썼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역시 큰 그릇 송영길. 자생당생(自生黨生)했다”며 “대통령·정부·여당과 차별화된다. 반드시 이겨 당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그의 결정을 치켜세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체조사 같은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 거취와 별개로 당 차원의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거센 만큼 당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미 당내에선 169명에 대한 전수조사나 ‘특별 조사기구’ 구성 목소리가 나올 뿐 아니라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은 출‧탈당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의 결정이 “꼬리자르기식 탈당”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 전 대표가)돈 봉투 사건에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후보가 캠프의 일을 챙기기 어려웠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며 “국민 아닌 민주당에 피해를 안 끼치기 위해 할 일 다했다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녹취록에는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여한 정황이 여럿 나온다”며 “송영길 전 대표가 탈당한다고 해서 받았던 돈이 ‘증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체포특권 포기부터 선언하라”며 “구체적 범죄 의혹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다. 현재 민주당 처지에서 탈당은 결코 정치적 책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정조사 같은 당 차원 대응은 ‘시기상조’란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사에 맡기면 되는 일”이라며 “비판 외에 크게 할 일은 없다. 돈 봉투 의혹을 공격한다고 우리 지지율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한 여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검찰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아직 국정조사 관련해서는 논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