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수부족 전망에 추경 “불가피” 우세
“국채 발행 땐 금리상승 자극” 한은 금리 인하 가능성도
14일 이투데이가 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원과 경제학과 교수 등 총 12명에게 설문한 결과 10명이 연내 추경 가능성이 있거나 높다고 응답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현재로서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세수부족 심화와 수출·내수 경기 부진으로 추경 편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저조한 세수 실적이 예상되면서 추경 일반 요건 중 예측불가능성과 보충성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며 추경 편성 필요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4월부터 추경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르지만, 올해 경제활동 위축이 예상돼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수가 부족해서 단행하는 추경은 불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과 이에 따른 추경 편성 규모는 예상이 어렵다는 답변이 많은 가운데 세수부족액은 20조 원 내외, 추경규모는 10조 원 이내일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진도율은 2월 기준 13.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7.7%나 최근 5년간 진도율 16.9%를 크게 하외하며 2006년 13.5% 이후 최저치”라며 “남은 10개월 간 작년과 같은 세수를 기록한다고 하면 올해 세입예산 400조5000억 원에서 20조3000억 원의 세수가 미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을 제외한 2000년 이후 1차 추경만 편성됐던 연도의 평균 추경 규모는 약 6조8000억 원이었다”라며 “정부의 세부 세입·세출 내역을 볼 수 없어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도 7~8조 원 규모 추경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적자국채 발행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발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크게 갈렸다. 국채 발행은 최후 수단이며, 발행 하더라도 최소 규모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명실 연구원은 “4월 초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세계잉여금 중 일반회계 내 지방교부세와 채무 상환을 제외하면 2조8000억 원, 특별회계 3조1000억 원을 포함하면 5조9000억 원이 정부 추경 재원이 될 수 있다”며 “부족한 세수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10조 원 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예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추경을 한다면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증세 아니면 국채발행이다”며 “정부가 증세는 꺼리는 만큼 적자국채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반면 권기중 IBK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는 정책 기조를 ‘건전 재정’에 맞추고 있다. 신뢰성 훼손 우려에서라도 국채 추가 발행이 당분간 실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채 발행 가능성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적자 국채 발행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추경을 하더라도 적자국채 발행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도 전문가 간 차이를 보였다.
안재균 연구원은 “국채발행 증가는 시장금리 상승 유발 요인”이라며 “대략 1조 원당 0.5~1bp(1bp=0.01%p)가량 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국가 부채가 늘어나 금리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실증분석 등을 고려할 때 월별 국채발행 물량이 10조 원 늘어날 경우 국채 금리는 3~5bp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10조 원 적자국채 당 10년물 국채금리 7bp 상승 효과가 있다”면서도 “다만, 추경 편성과 동시에 정책 조합 요구가 늘어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나타날 것이며, 이는 물량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을 일정부분 막아줄 것”이라고 했다.
권기중 연구원은 “정확한 수치 계산은 어렵지만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국내 겨기 및 물가 둔화세에 금리 방향성은 더 민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실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적자국채 발행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 국고채 순발행이 지난해 순발행액 대비 40조 원 넘게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조 원대 규모 채권이 추가로 더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견조한 수요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채 발행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국고채 순발행액이 지난해보다 만기도래가 많아 30조 원 가량 줄어든 데다 은행채 발행도 제한적이어서 10조 원 수준 적자국채 충격은 회사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연구원은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은 일부 낮은 신용등급을 제외하면 매수세가 탄탄하다”며 “캐피탈사를 제외한 대부분 금융사 등 크레딧 발행 주체들은 크게 영향 없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때 대응 및 지원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반면 오창섭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은 최근 한전채 발행 증가 등이 수급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회사채 시장에도 일부 수급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준경 교수와 성태윤 교수도 “국채 소화가 자금 유동성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국채 발행 외에 대안이 없다면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경과 관련한 정책 공조 차원의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경보다 물가와 경기 상황이 금리 인하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과는 별개로 물가와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해 11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편성과 적자국채 발행 증가로 채권금리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한은이 정책 공조 차원에서 지원책을 동반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우선 순위는 시장 안정을 위한 국고채 단순매입일 것이며, 추후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에 맞춰 인하까지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의 명분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반면, 김성수 연구원은 “연내 한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 안정인데, 현재 가장 긍정적인 시장 연말 전망치를 대입해도 전망되는 물가는 한국은행 물가 목표보다 높은 상황이다.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추경 편성 예상 시기는 올해 6월부터 4분기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윤여삼 연구원은 “5월 발표되는 한은 수정경제전망 하향정도에 맞춰 논의를 진행해 3분기 추가 경기하방 위험 및 부동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책지원 필요성이 높아질 때 추경 편성이 논의돼 편성은 3분기 8월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김성수 연구원은 “정책 시차와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3분기가 적절하겠지만, 글로벌 긴축 사이클 종료와 이에 맞물릴 금리 하락 시기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