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금리 인상·자원 및 식량 가격 안정에 인플레 둔화
미국을 필두로 1년 넘게 이어진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쟁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평균 정책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역전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끈질긴 싸움이 끝나갈 조짐을 보인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7일 보도했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6월 세계 정책 금리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뺀 수치는 3년 8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정책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긴축 시계도 멈춰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상당수 신흥국이 이미 긴축 정책을 접었으며, 일부는 금리 인하로 기조를 틀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주 3년 만에 금리를 0.5%포인트(p) 내렸다. 시장 전망치(0.25%p 인하)를 웃도는 ‘깜짝 인하’였다. 공격적인 긴축 기조로 물가를 잡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실제로 한때 12%대까지 치솟았던 브라질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3.19% 오르는 데 그쳐 올해 중앙은행 목표치인 3.25%를 밑돌았다. 브라질에 앞서 칠레도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11.25%에서 10.25%로 1%p 낮췄다.
베트남 중앙은행도 올봄 이후 일부 주요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6월 CPI 상승률은 3.0%를 기록해 전년 동기(9.1%) 대비 3분의 1수준까지 낮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고용 지표도 둔화 추세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원인으로 꼽히던 노동시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지수(HICP) 상승률이 지난달 5.3%를 기록, 정점이었던 2022년 10월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세계 각국은 그동안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비교 가능한 주요 9개국의 정책금리 평균값이 올해 6월까지 1년 반 동안 3.3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렇게 빠르게 금리가 오른 것은 1980년 이후 43년 만이다. 1980년대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매년 10% 이상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라 불렸던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이 강력한 긴축 정책을 밀어붙였던 시기다.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최근 잡혀가고 있는 데에는 각국의 긴축 노력뿐만 아니라 자원과 식량 가격이 안정세를 찾은 것도 한몫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6월 고점 대비 50% 수준으로 내려왔다. 밀 가격 역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와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흑해 곡물협정 파기 등의 여파로 세계 식량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데다가, 공급 부족 우려 속에 국제유가 역시 꿈틀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3.9를 기록, 석 달 만에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주요 곡물항이 표적이 되면서 식량 위기가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도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인해 내년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