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통화량 급증
화폐가치 하락하자 '희소가치' 커져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에 투자처 찾아
영국에서 위스키 한 병이 35억 원에 팔렸다. 오래된 프랑스 모자는 27억 원, 미국 록밴드 리더가 생전 연주했던 전자기타는 20억 원 넘게 팔렸다. 놀라기는 이르다. 고작 24센트에 팔렸던 미국 우표 한 장은 105년이 지난 올해, 26억5000만 원이라는 새 경매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주요국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었다. 이는 곧 화폐가치 하락에 이어 금리인상으로 귀결됐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자 희귀품의 경매가도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B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영국 경매에서 '맥캘란 1926' 위스키가 218만7500파운드(약 35억 원)에 팔렸다. 이를 주도한 경매회사 ‘소더비’의 수수료를 더한 최종 금액이다. 애초 예상가였던 최대 120만 파운드(약 19억3000만 원)를 크게 웃돈 금액이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는 모자 하나가 193만2000유로(약 27억3200만 원)라는 낙찰가를 기록했다. 양쪽이 뾰족하게 생긴 펠트 재질의 검은색 모자다. 프랑스 혁명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가 즐겨 썼던 유품이다. 때문에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이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루 전,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전자기타 한 대가 큰돈에 팔렸다. 전설적 록밴드 너바나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커트 코베인(1967∼1994)’의 손때가 묻은 ‘펜더’ 기타였다. 낙찰가는 158만7500달러(약 20억6000만 원)에 달했다.
이달 초에는 희귀 우표가 26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귀품으로 추앙받아온 24센트짜리 우표(1918년 발행) 하나가 뉴욕 경매에서 200만 달러(약 26억5000만 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우표 한 장이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꽤 큰 가치를 인정받아온 물건이다. 2018년 경매에 나왔을 당시 낙찰가는 159만 달러(약 20억8000만 원) 수준이었다.
이처럼 역사적ㆍ예술적 가치를 지닌 희귀품들이 속속 낙찰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흡사 1990년대 말, 세기말의 분위기 속에서 사상 최고가 경매품이 쏟아졌던 때와 유사하다. 당시는 21세기를 앞두고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감, 역사적 가치에 대한 상대적인 고평가 등이 맞물리면서 경매가가 높았다.
나아가 소장의 의미를 넘어 희귀품에 대한 재투자 개념이 확산하면서 가격 부풀리기도 경매가의 상향 평준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경매가 신기록은 코로나 쇼크 이후 금융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쏟아낸 막대한 현금이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라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실제 역사적 가치를 크게 웃도는 경매가격이 제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