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임금이면 ‘평균임금’ 산입…퇴직금도 늘어
‘사용자 지급 땐 모조건 임금’ 시각 바꿔야
기업이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주면 근로자들이 최대 38%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고 증여로 처리하면 근로자는 10%의 세금만 내면 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처리가 안 된다. 결국 해당 기업은 출산장려금을 받는 사람은 수입에 합산 과세하지 않고, 주는 사람은 소득공제를 하는 ‘출산장려금 기부 면세 제도’를 제안했다고 한다.
조금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지만, 출산장려금과 같은 복리후생적 금원의 경우에는 사실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지도 문제될 수 있다. 어떠한 돈이 임금에 해당하는 경우 퇴직급여 산정을 위한 기준인 ‘평균임금’에 산입돼 퇴직금 역시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임금이라면 현금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지급할 수 없고, ‘지급해야 할 것’을 지급하지 않는 순간 임금체불로 처벌받게 된다.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법률이나 회사의 규정뿐만 아니라 회사의 관행도 고려해서 정해진다. 임금은 근로조건이기 때문에 줄이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이미 크게 화제가 된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가 갑자기 임금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기업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다 보면 누군가는 ‘출산’이란 다른 여러 임금 항목들에 부과된 이름들처럼 하나의 명목일 뿐 결국 근로의 대가라고 주장할 수 있고, 법원은 지금까지 여러 번 그래왔듯이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많은 사람들이 지급받을수록, 지급이 반복될수록 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호의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의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무가 되는 순간 기업은 돈을 준다고 칭찬을 받지는 못하는데, 안 주면 처벌받게 된다.
한 번에 100억 원을 쓸 생각이 있던 기업가도, 앞으로 매년 같은 돈을 내야 하고 퇴직금도 비례해서 높여줘야 한다고 하면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출산장려금과 유사한 면이 있는 가족 수당의 경우에는 실제로 임금으로 보는 판결례가 많다. 일반적으로 가족 수당은 근로의 양이나 질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가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지급된다. 배우자가 있으면 얼마, 자녀가 있으면 1인당 얼마를 또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의 양이나 질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가족 수당이 왜 임금인지 궁금하지만, 많은 판결은 예전의 대법원 판결을 답습해 가족 수당은 임금이라고 기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동계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주는 돈은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근로의 질이나 양과 관련이 있든 없든 모두 임금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용자가 근로를 제공받지 않고 돈을 줄 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출산장려금이나 가족 수당을 임금으로 보는 것이 근로자와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사람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있듯이, 하나의 관계에도 다양한 성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노사관계를 반드시 노동을 사고파는 거래관계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출산장려금이나 가족 수당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기업 부담을 줄이고 오히려 더 적극적인 시도를 유도할 수 있다.
정부에서 오랜 기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했으나 별로 효과가 없다. 의지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국가가 모든 국민을 상대로 펴는 정책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출생률 제고 효과가 높은 20대 부모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재정적 부담과 함께 연령이나 성별 등 차별 문제가 꺼려질 수 있다.
정부에서 잘 하지 못하는 일은 기업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금이든, 임금이든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해 볼만 하다. 이번에 화제가 된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이 한 기업의 독특한 사례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작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