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출신 북한 전문가 한국계 수미 테리, 전격 기소 배경은

입력 2024-07-17 15:11수정 2024-07-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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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옹호 활동 혐의
고가 식사·명품 핸드백 등 대가로 받아
한미 관계 순항 중 기소 이뤄져
원활한 정보 교류 차질 우려
“미국 내정에 대한 외국 영향력 퇴치 일환”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2017년 6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한미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가운데 미국 연방 검찰이 자국의 정평 있는 한반도 전문가를 간첩 혐의로 기소해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 검찰은 이날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를 한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했다.

NYT는 뉴욕 연방 검찰 소장을 인용해 한국계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을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소장에는 테리가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으로 가장한 인물에게 처음 연락을 받았다고 적혀있었다. 이후 그는 한국 정부를 위해 10년간 일하면서 루이뷔통 핸드백과 돌체앤가바나 코트,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만찬 등 각종 선물과 향응을 받은 것은 물론 최소 3만7000달러(약 5100만 원)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테리가 CIA에서 퇴직한 지 5년 뒤인 2013년 6월부터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한국 정부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언론에 출연하거나 기고했으며, 여기에는 2014년 NYT 사설 등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 3차례에 걸쳐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 대해 증언했는데, 청문회에 출석하려면 외국 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을 선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테리가 연방 외국 요원 등록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은 것과 의회에서 여러 차례 증언하기 전 한국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2022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북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가진 비공식 회의에서 작성한 노트를 한국 측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테리 측은 이번 간첩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테리의 법률대리인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내 의뢰인은 10년 이상 비밀 취급 인가를 받지 않았으며, 한반도 관련 문제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수년 동안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장에서 그가 한국 정부를 대신해 행동했다고 주장하는 기간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해 가혹한 비판자였다”며 “사실이 밝혀지면 정부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12살 때 미국에 이민 간 수미 테리는 CFR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미국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성장했으며,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다. 퇴직한 그해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다.

한미 관계가 순항 중이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에 그 어느 때보다 초점을 맞춘 이 시기에 기소가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양국 정보 교류와 현안 분석에서 가교 역할을 했는데 이번 사태로 원활한 정보 교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NYT는 “이번 기소는 전반적으로 미국 내정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을 퇴치하려는 법무부의 조직적 움직임 일환”이라며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의 불법적인 선거자금 지원과 은밀한 영향력 행사,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의 이집트 정부 뇌물 수수 등으로 수십 건의 기소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메넨데스 의원은 이날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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