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헌재 결정문 전수조사…657건 중 118건 인용 결정
대부분 사유 ‘법리오해‧수사미진’…검찰권 남용 지적
헌재 결정도 하세월…“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신중해야”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 5건 중 1건은 헌법재판소에서 ‘처분 취소’ 결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가 지적한 대부분의 사유는 검찰의 법리 오해·수사 미진이었다. 법조계에선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본지가 2021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간(선고일 기준) 헌재 결정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재심 사건 제외) 총 657건 중 118건이 인용 결정 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18%로, 검찰의 기소유예 5건 중 1건은 잘못된 처분이라는 얘기다.
특히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105건)된 사례 가운데 ‘청구권 남용’ 37건을 제외하면, 기소유예 처분 취소 인용률은 19%대로 높아진다. 청구권 남용은 대부분 헌재가 내린 결정에 불복해 같은 내용으로 청구하는 경우였다.
이 수치는 앞서 조사된 10년간의 인용률과 큰 차이가 없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1월~2022년 6월 기소유예 처분 취소 관련 헌법소원 사건 2170건 중 헌재의 취소 결정은 428건(인용률 19.7%)이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와 달리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헌법소원이라는 불복 제도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며 “헌재도 피의자 입장을 상당히 고려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혐의가 아닌 기소유예 처분은 결국 검찰의 수사 미진이 이유”라며 “적극적으로 수사해 유무죄를 밝히기보다 그냥 기소유예로 타협하면 피의자가 불만 없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일종의 검찰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단순히 재량적‧심정적 판단으로 혐의 인정해선 안 되고, 무죄추정의 원칙‧형사 증거법의 원칙에 따라 피의사실 인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확립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최근 3년간 헌재의 결정문에 담긴 기소유예 처분 취소 사유는 ‘법리오해‧수사미진·증거판단 잘못’(95%)이 대부분이었다. 사유는 법리오해, 수사미진 등으로 구분됐지만, 헌재는 사실상 검찰이 제대로 보강수사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부분을 동일하게 질타했다.
처분 취소 사건 혐의로는 ‘폭행‧상해’와 ‘절도’가 전체의 14%(각 16건)를 차지했다. 또 ‘의료법위반’(10%), ‘사기’(5%)와 ‘업무방해’‧‘아동복지법위반’(4%)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군형법상 추행’(6%) 혐의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군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군에서 업무상 지시 관계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헌재에서 피의자의 입장을 인정해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 단계가 아니라 검찰이 애초 철저한 추가수사를 통해 성의 있는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헌재의 기소유예 취소 결정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국민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무혐의 처분 가능한 상황이라면 검찰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검사의 처분 하나하나를 다 징계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혐의없음으로 처리해야 마땅한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하는 게 계속 누적된다면, 인사 평가에 반영된다거나 징계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