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연말 랠리 기대감에 빚투 등 매수 행진
지지부진 증시에 일각 반대매매 우려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빚투’ 규모가 늘고 있다.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실해지면서 국내 증시도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하며 8월 초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빚투가 늘어난 만큼 반대매매 공포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5일 기준 17조8905억 원으로 18조 원에 육박했다. 8월 초 증시 폭락사태로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19조 원대에서 17조 원대로 내려앉았지만, 다시 반등세에 오른 것이다.
증시는 8월 초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1% 하락한 2544.28포인트(p)에, 코스닥은 2.58% 떨어진 706.59p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증시 폭락 직전인 지난달 1일 종가(2777.68p)보다 8% 넘게 하락했고, 800선을 유지하던 코스닥은 13%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부진한 증시에도 빚투가 늘어나는 이유는 연말 랠리를 기대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0.5%p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로 하반기 미국발 훈풍이 국내 증시를 반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저점매수에 나섰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5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3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주 중심의 순매수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우선주 제외) 순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들 종목은 증시 하락으로 주가가 지지부진하지만, 대형주인 만큼 추가 하락 위험을 낮게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대기 자금이 급감한 점도 빚투를 포함한 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뜨거워졌음을 방증한다. 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3814억 원을 기록하며 60조 원에 육박하던 한 달 전보다 10% 넘게 줄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폭락장 속에 빚투가 늘어난 만큼 반대매매가 급증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증시 폭락 직후인 8월 6일에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이 433억 원을 기록하며 하루 만에 300억 원 넘게 늘어난 바 있다. 이는 11월 영풍제지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내외적 요인이 겹치면서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현재 해외에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경기 침체 우려, 중동 리스크가, 국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이슈가 상존하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추석 연휴 직후 FOMC가 예정돼 있다”며 “9월 주식시장 궤적은 추석 전까지 경계감에 하락하다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대비 양호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감안하면 아직 침체에 직면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주식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기보다 기회를 찾아 주식 내에서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 “당분간 국내 주식 시장은 경기 관련 지표와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경기둔화 리스크로부터 영향을 덜 받고, 수급상의 부담이 없는 업종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호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활용한 수익률 제고 전략도 유효하다”며 “관련 업종으로 금융주, 헬스케어, 이차전지를 제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