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 대출 정책과 관련한 발언으로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이 원장이 은행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도의적 책임이 아닌 본인의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장과 ‘가계대출 관련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은행들이 금리 외 제한 조치를 내놓자 이번에는 실수요자를 외면했다면서 대출제한 조치 완화를 암시하는 등 시장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은행권 자율적 관리 방식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이 원장의 발언과 관련한 파장을 막기 위한 진화에 나섰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금융위와 같은 생각이라며 항간에 떠돈 대립설에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은행 각자의 영업계획이나 포트폴리오 운영과 관련해 적절한 자율적 여신상품을 통해서 구조가 유지돼야 된다는 입장은 금감원뿐 아니라 금융위 내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에 대해 은행의 자율적 관리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도 가계대출 관리의 엄중함과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다만 각 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 상황은 모두 다르므로 소위 '그레이존'에 있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에게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 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 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며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 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하는 은행에는 고강도 제재를 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올해 대출 연간계획을 못 맞춘 은행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낮추는 패널티를 에고하기도 했다. 그는 "10월, 11월 가계 대출 흐름을 봐야 한다"며 "가계 대출 증가세의 적절한 통제는 정책 운영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목표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어떠한 형태의 정책 수단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노력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일각에서는 은행이 손쉽고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주택) 부문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혁신 성장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취지에서 최근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개별은행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상황과 리스크 수준 등에 따라 관리수준을 조절하는 등 자율적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은행장들은 "7~8월중 예상치 못한 가계대출 수요 급증으로 가계대출속도조절이 어려웠던 일부 시중은행은 자체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며 "대부분 은행이 공통적으로 다주택자(2주택자 이상) 등 투기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갭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 유주택자가 당장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추가 구입하기 위한 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들은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충분한 상담과 면밀한 심사를 통해 선의의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의 관리에 따른 풍선효과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연초부터 증가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고,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지원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