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제일 많이 접하는 직군은 경찰, 교도관, 법정보안관리대(법정 경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질서를 수호하고 시민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시민들이 쉽게 접하거나 만날 수 있는 직군이다. 잘못한 게 없어도, 심지어 피해자거나 중요한 참고인(목격자)이라도 해도 경찰 조사를 앞두고서 두렵다는 이들이 많다.
오래 전 한 의뢰인은 경찰 수사관의 인상이 험상궂다며 교체를 신청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이유로 교체가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오해를 풀고 사과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확실히 경찰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방증이다.
경찰서라는 공간이 편안할 순 없겠지만, 막상 조사를 받고 나면 처음과 느낌이 다르다고들 한다. 껄렁껄렁하고 불친절한 형사는 옛날 드라마, 영화에서나 보던 모습이다. 깍듯하고 단정한 수사관의 응대, 무심한 듯 건네받는 화장지에 마음이 녹기도 한다.
반대로 경찰관의 노고를 짐작해 보기도 한다. 공무집행 방해죄 피해자의 압도적 다수(92%)는 경찰이다. 경찰은 민원인의 안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흉기를 소지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이 쉽지 않다.
교통경찰의 경우 차나 오토바이에 들이받히는 일이 많아 병원 신세를 자주 지기도 한다. 대개 음주운전에 의한 경우인데, 가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거나 행패를 부리며 침을 뱉기도 한다. 게다가 공무집행방해는 누범, 동종범이 많다.
교도관들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교도소나 구치소를 갈 때마다 이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곳에서 일하는지 실감한다. 재소자를 감시하고 제압하는 역할뿐 아니라 교화를 돕고,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교도관의 몫이다.
형이 확정된 의뢰인들은 교도소에서 ‘주임님’ 덕분에 삶의 힘을 얻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한다. ‘앞으로 이런 삶을 준비해보라’는 교도관의 조언이 희망과 빛이 됐다는 수형자도 있다.
어느 의뢰인은 구속된 지 한 달 만에 배우자가 병으로 사망했는데, 형 집행정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염없이 울기만 할 때 교도관들이 따뜻하게 위로해준 덕분에 남은 형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법원 경위는 법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대비하고, 소송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판사의 선고를 잘 듣지 못했을 때 가끔은 법정 경위에게 확인하기도 한다.
어떤 검사는 법정에서 커터칼을 휘두르는 피고인에 맞서 젊은 여성 법정 경위가 이를 침착하게 막아내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보라 변호사는 “경찰, 교도관, 법정 경위 등 질서를 수호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단순히 법과 규칙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