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되는 사례는 다채롭다. 유튜브 계정 탈덕수용소를 운영하며 가수 강다니엘이 부정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박모 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6일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본 피해자의 손편지와 실명을 허락 없이 자신의 SNS에 공개한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형사법상 혐의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기 이득을 위해 타인의 삶에 회복이 어려운 심대한 상처를 안겼다는 점이다. 박 씨는 강다니엘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의 검증되지 않은 풍문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며 2년간 무려 2억5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수호하기 위해 성추행 피해자의 이름을 세간에 공개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를 범했다.
비슷한 점은 더 있다. 이들 모두 법정에서 각기 다른 이유의 궁색한 변명을 댔다는 것이다. 박 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운영한 채널명에 들어간 ‘탈덕’의 의미조차 모르며 “아무 생각 없이 지었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하더니, 나중에는 “공익을 위해서” 영상을 올린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 공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자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김 전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서 “약시와 녹내장으로 시력이 좋지 않아 손편지에 피해자 실명이 기재된 걸 몰랐다”고 했다. 그런 눈으로 나머지 내용은 어떻게 파악하고 “시민 여러분들의 판단을 기대해 봅니다”라는 내용의 SNS글을 올려 피해자의 태도에 대한 주변의 판단을 구했는지 의문스러운 일이다.
재판부는 비교적 엄중한 판단을 내렸다.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 씨에게 검찰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지만, 가발까지 쓰고 나와 제 신변을 가리기 급급한 채 변명만 늘어놓던 모습을 본 재판부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선고는 이례적인 일이다. 김 전 교수는 1심 판결이 억울하다며 항소했지만 도리어 형량이 더 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피해자답지 않음’을 지적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목적으로 실명이 기재된 손편지를 SNS에 게시했다”는 점을 꼭 짚어 명시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감각에 비추어보면 ‘속 시원한’ 형량은 아닐 수 있겠지만, 손가락을 함부로 놀린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 만큼은 보여주려는 의지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