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산업 특성상 막대한 자본 필요
우수인재 해외 유출 문제도 심각
이통사, 글로벌 빅테크와 AI연합
핵심기술ㆍ인재 유출 등 우려↑
#A 기업은 유망한 AI 스타트업이었다. 수 억의 투자금을 받고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했다. ‘AI 개인비서(PAA)’란 개념이 나오기도 전에 A 기업은 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은 끝내 막을 내렸다. 자본 확충과 인력 확보의 부담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5년이 되던 해, A 기업은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에 세워진 B 기업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해 드론을 만드는 제조 회사였다. 산업용 자율주행드론을 개발해 국제 특허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B 기업의 호황기는 거기까지였다. 지속된 적자와 사원 수 감소. B 기업은 휴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AI 기업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빅테크에게 국내 시장의 문호까지 열렸다. 국내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AI 경쟁에서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28일 본지가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 AI 스타트업 기업 편람(KOREA AI STARTUPS)’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년 전 스타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의 절반 가량이 현재까지 사업 유지를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AI 스타트업으로 등록된 기업은 총 53곳이었다. 이 중 26곳은 2024년 AI 스타트업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롯데이노베이트(舊 롯데정보통신)의 기업 규모가 대기업이라 명단에서 빠진 걸 감안해도 AI 스타트업 25곳이 5년 간 사업을 이어오지 못한 셈이다. 한국인공지능협회 관계자는 “이전 기업 편람에 등록되도록 동의를 했는데 이후에 동의를 철회하는 경우는 없다”며 “(빠진 기업은) 사실상 폐업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자본의 문제로 귀결된다. AI를 개발하는 ‘인적 자본’과 AI를 가동하는 ‘물적 자본’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AI의 성능 즉 고도화 여부는 결국 유능한 인재가 결정짓는다”며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찾기’ 수준이다. CEO가 받는 돈을 주면서까지 인재를 데려오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픈AI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LLM 모델 한 번 돌리는 데 1000억 씩 든다”며 “투자를 아무리 받아도 GPU 한 번 돌리면 없어지는 돈”이라고 했다.
특히 해외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유출’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표도 -0.30명을 기록했다. AI 인재가 10만 명 기준 0.3명이 순유출되고 있단 뜻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25일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핵심 기술이나 우수 인재 유출에 대한 실태가 파악된 것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어 유 장관은 “최근 이공계 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여러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구체성이 사실 없다”며 “중국이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우수한 과학자를 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통신 대기업은 글로벌 AI 빅테크와 협력하는 걸 택했다. 다만 공동으로 AI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나 기술, 인재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나 인재)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