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홍콩 포지션 축소 ‘관망모드’
한국·인니·인도 등 亞 채권에 주목하기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 피난처’를 모색하고 있다.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자들이 최근 약세를 보이는 엔화 포지션은 줄이고 현금을 비축하거나 아시아 채권이나 인도 주식시장 등 상대적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민감하지 않은 투자처로 자산을 ‘피신’ 시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은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이 포진돼 있어 미국 대선 결과와 이로 인한 무역정책 변화에 민감하다. 이에 미국 대선이 마무리돼도 향후 몇 달간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자산시장에서도 ‘피난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픽셋자산운용에서 아시아 전문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존 위다르 펀드매니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일본과 홍콩의 포지션을 줄이고 ‘관망모드’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중국 본토는 자국 내 동인으로 움직이고, 글로벌 자산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낮아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엔화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자도 있다. 밴티지포인트 자산운용의 닉 페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싹쓸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 경로는 높아질 수 있으며,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달러 대비 엔화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이미 이번 달에만 6.5% 하락해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인도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아, 대선 결과에 따른 잠재적 무역 갈등 피해 우려가 덜하고 높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아시아 채권 시장에 초점을 맞춰 피난처를 찾는 기관 투자자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프랭클린 탬플턴, 가마 자산운용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중국을 제외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의 채권이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지역은 최근 금리 인하를 단행했거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올해 인도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금액은 153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에도 지난 28일 기준 37억 달러, 말레이시아에는 9월까지 26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최근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세계 최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을 추가했다면서 한국 채권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대선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어 대선 직후에도 미국의 향후 정책에 대한 영향이 곧바로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종 당선자가 발표되는데 이전 대선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