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대 산업활동지표 동반 감소…비제조업 기업심리는 역대 최저치…산업계 영업이익 19% 급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실물지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산업활동지표가 모두 감소로 돌아섰고, 비제조업 기업심리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기업들의 매출이익이 평균 17.5%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계청은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전산업생산이 전월보다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는 6.0%, 설비·건설투자는 각각 4.8%, 3.4% 줄었다.
전산업생산 감소 폭은 2011년 2월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광공업생산은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2월 이후, 서비스업생산은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가 27.8%, 기계장비는 5.9% 감소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품 수급 문제로 자동차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며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기계장비 등 생산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생산은 금융·보험에서 2.1% 늘었으나, 숙박·음식점에서 18.1%, 운수·창고는 9.1% 급감했다. 도·소매(-3.6%), 예술·스포츠·여가(-27.2%) 등 관광 밀접 산업들이 대부분 부진했다.
소비(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7.5%), 의복 등 준내구재(-17.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6%)가 모두 줄었다. 안 심의관은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패턴 변화로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가 줄었다”며 “소비를 위해 개인 접촉이 필요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소매업대별로는 대형마트(5.1%), 무점포소매(8.4%)를 제외한 모든 업태에서 줄었다.
투자는 설비투자가 4.8%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기성(시공실적, 불변)은 3.4% 줄며 2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다만 건설수주(경상)는 도로·교량 등 토목에서 32.1% 줄었으나 주택, 사무실·점포 등 건축에서 51.5% 늘며 전년 동월보다 28.5% 증가했다.
경기지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3포인트(P)로 전월과 같았으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P로 0.7P 급락했다.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기업심리도 급락세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전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1P 추락한 54를 기록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월 이래 최대 낙폭이자 2009년 2월(52) 이후 1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문별로 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9P 떨어진 56으로 2009년 3월(56) 이후, 비제조업 업황실적 BSI은 11P 급락한 53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BIS가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80 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본다.
4월 업황전망 BSI를 보면, 제조업은 15P 떨어진 54를, 비제조업은 16P 떨어진 52를 각각 기록했다. 전산업도 53으로 16P 추락했다.
지표뿐 아니라 실물경제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업종별 협회 1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산업별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1월 말과 비교해 이달 24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평균 17.5%, 19.0%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10곳 중 9곳이 실적 악화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단 향후 업황에 대해선 10곳 모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이어지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0%, 23.3%씩 줄어들 것으로 봤으며, 주력업종은 수출액이 17.2%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 규모도 현시점까지는 전 업종에서 4.4%, 주력업종은 1.8% 감소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감소 폭이 10.5%, 6.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각 협회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게 바라는 점으로는 ‘경영 활동을 제한하는 기업 규제 완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긴급 경영자금 지원, 소비세 인하 등 경제주체 소비 여력 확대, 생산 다변화 및 생산시설 국산화 지원 등도 요구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한쪽 분야의 위기가 아니라 수요·공급, 내수·수출, 가계·기업·정부 모든 분야에 전방위 타격을 주는 총체적 위기”라며 “한시적 규제유예 제도 도입 등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