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세 폐지도 진행
미래 신사업 투자·청년 취업훈련 및 고용 지원 계획도
증세 통해 ‘코로나 청구서’ 내민 영국과 대조적
프랑스 정부가 부채 감축을 위한 세금 인상 대신 세금 인하 베팅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보건과 사회복지 시스템 투자 명목으로 증세안을 내놓은 영국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2022년 예산안을 통해 법인세를 현행 33%에서 25%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민세 폐지도 함께 이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인세 인하는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밝힌 공약이었다.
이번 세금 인하 계획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의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프랑스 정부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메르 장관은 “너무 빠르게 공공 재정을 강화하려고 경제 성장을 죽이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성장 회복과 공공 재정의 합리적 재건을 결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회복을 해치지 않으면서 프랑스 경제를 코로나19 긴급 구호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 인하와 별개로 프랑스 정부는 미래 신사업 분야에 대해 수백억 유로 규모의 장기적 투자 계획과 청년층 직업훈련과 고용 지원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르메르 장관은 “내년 예산안은 △세금인하 △투자·혁신 지원 △국민 취업 지원 등 마크롱 대통령이 임기 시작부터 언급해온 공약과 완전히 일치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믿는 구석도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를, 내년에는 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올해 116%대 밑으로 내려가고, 내년에는 11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GDP 대비 적자 비율은 올해 8.4%에서 내년 4.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르메르 장관은 “프랑스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올해와 내년 재정 적자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이미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