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에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은행이 '이자 장사'에만 매몰돼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나 몰라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막상 위기 상황에 닥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은행이 자금 여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번 주 3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을 통해 대대적인 자금시장 지원에 나선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앞서 금융당국이 밝힌 '50조 원+α 유동성 지원 조치' 추진 방안 중 일부다.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 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 원 등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은행권이 담당하게 된다. 일단 최대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한 우량채 매입, 정책금융을 통한 비우량채 매입 등이 정부의 주문사항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LCR 정상화 유예, 예대율 규제 완화 조치도 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곳에서 어려운 곳을 신속하게 도와주는 것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면서 "연말까지 기존에 발표한 대책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수년간 이어진 호실적으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은행권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한 확실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춰 단기자금시장 및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CP), 전단채 매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채권시장안정펀드 캐피탈콜에 대응하고 은행채 발행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지금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금융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은행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서 내년에 올 수 있는 (경제 위기) 충격을 흡수하고, '흑자 도산'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좋은 기업은 민간(은행)에서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